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의 ‘새 판’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브랜드 아만(Aman)의 국내 첫 프로젝트인 ‘아만 서울(Aman Seoul)’은 그 전략이 처음으로 구체적 사업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례다.
정 회장은 소비자의 일상을 붙잡는 유통사업을 기반으로, 스타필드로 키워온 공간 개발을 또 하나의 성장 축으로 삼아 글로벌 럭셔리 시장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다. 정 회장에게는 이마트와 그로서리라는 일상의 소비 기반 위에 ‘일부러 찾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정용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 겸 신세계그룹 회장이 오코그룹과 손잡고 ‘아만 서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허프포스트코리아
신세계프라퍼티와 아만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아만 서울'을 조성한다고 2일 밝혔다. 세계 최정상급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브랜드 아만의 국내 첫 진출 프로젝트로, 호텔과 브랜디드 레지던스, 리테일·문화공간 등을 결합한 대형 복합개발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정 회장이 키워온 공간 개발 전략의 변화도 보여준다. 그동안 스타필드를 통해 쇼핑과 식음료,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대형 복합공간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세계적 럭셔리 호텔·레지던스 브랜드와 손잡고 글로벌 하이엔드 호스피탈리티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월 글로벌 럭셔리 부동산 개발기업 오코(OKO)그룹과 손잡고 아만 브랜드의 호텔과 레지던스 개발에 나서기로 한 데 이어 불과 두 달 만에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오코그룹과의 협력이 글로벌 공간 개발을 위한 판을 짜는 단계였다면, 아만 서울은 정 회장이 직접 키워온 신세계프라퍼티의 글로벌 개발 전략이 실제 사업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시행 단계부터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아만이 설계·디자인·운영에 참여하는 구조인 만큼, 스타필드를 통해 축적한 대형 복합개발 역량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운영 노하우를 결합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도 “‘아만 서울’은 단순한 호텔 개발을 넘어 서울의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며 “앞으로도 차별화 공간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공간가치를 지속해서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그동안 구상해온 공간 개발 사업이 국내 유통기업의 부동산 개발을 넘어 독자적 글로벌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첫 번째 프로젝트라는 의미도 있다. 계열분리 이후 ‘신세계’라는 공동의 이름 없이도 이마트 계열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독자적 색깔을 갖추는 것과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계열분리 이후 정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은 더 이상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하나의 그룹 안에서 프리미엄과 대중성을 함께 공유하던 구조에 머물 수 없다.
신세계백화점이 가진 명품과 패션·뷰티 경쟁력, 프리미엄 소비자층과의 접점은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 계열의 핵심 경쟁력으로 더욱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정 회장은 소비자의 일상과 대규모 공간 개발이라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다만 정 회장이 앞으로 공간 개발을 독자적 성장 축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유통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마트 계열의 독자적 성장 모델은 결국 ‘매일 찾는 곳’에서 확보한 안정적 수익 기반을 ‘일부러 찾아가는 곳’을 만드는 장기 투자로 연결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두 사업의 성장 방식과 자금 회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그로서리 사업은 소비자가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만큼 비교적 지속적 매출과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스타필드와 테마파크, 호텔·레지던스 등 복합개발 사업은 토지 매입과 건설, 콘텐츠 유치 등에 막대한 자금이 먼저 투입되고 사업 성과를 회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국 개발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 현금흐름과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해진다.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부족한 자금은 외부 자본을 끌어와 메워야 하는 만큼, 이마트 계열의 사업성과 재무 경쟁력 자체가 앞으로 대규모 공간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계열분리 이후에는 이러한 자금 선순환 구조를 이마트 계열 자체의 경쟁력으로 구축해야 한다. ‘신세계’라는 공동의 이름 아래에서 공유해온 사업 기반을 넘어, 정 회장이 자신만의 사업 경쟁력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증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