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개혁의 목소리를 내며 사회 현안에도 거침없이 뛰어들었던 명진스님이 제주 해상에서 입적했다. 향년 76세.
명진 스님.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명진스님은 22일 오전 9시38분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물에 떠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10시28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조 당시 명진스님은 마스크와 스노클, 다이빙수트 등 프리다이빙 훈련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당시 착용 장비 등을 토대로 프리다이빙 연습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스님의 죽음을 ‘입적(入寂)’이라고 표현한다. 입적은 불교에서 수행자가 생을 마치고 열반에 드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195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명진스님은 1969년 출가해 베트남전에 참전한 이력이 있다. 이후 조계종 종단 개혁에 참여하며 중앙종회 의원과 부의장을 지냈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봉은사 주지를 맡았다.
봉은사 주지 시절에는 사찰 운영의 투명성과 종단 개혁을 주장하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와 종단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4대강 사업과 종교 편향 논란 등을 비판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이명박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을 펴냈다.
이후 당시 정권이 국정원을 통해 명진스님의 동향을 파악하고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력을 향해 날을 세우던 스님이 되레 권력의 감시 대상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종단과의 갈등도 이어졌다. 2017년 조계종에서 승적이 박탈됐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서 승소했다. 이후 올해 초 조계종과 상고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9년 가까이 이어진 갈등 끝에 승적을 회복했다.
수행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봉은사 주지 시절 절 밖으로 나가지 않고 1000일 동안 기도하는 수행에 들어갔고, 평소에는 스노보드와 장거리 수영을 즐길 만큼 운동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명진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정치권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페이스북에 "명진 스님의 입적을 애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페이스북에 ‘명진 스님의 입적을 애도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불교계의 큰 어른을 떠나보내게 된 슬픔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눈다”며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7월 명진스님과 오찬했던 일을 떠올리며 “당시 스님께선 ‘빈부격차 속 고통받는 노동자들까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남북 평화를 위해 대통령이 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또 “‘현장이 곧 수행터’라는 신념으로 세상의 아픔이 있는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셨고 늘 뜨거운 청년의 마음으로 더 나은 세상과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셨다”며 “평등과 평화, 중생을 향한 자비의 마음을 품고 살아오신 스님의 삶과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명진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고 추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3일 페이스북에 "명진스님의 갑작스런 입적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글을 올렸다. ⓒ문재인 페이스북
문재인 전 대통령도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명진스님을 추모했다. 문 전 대통령은 “명진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섰으며,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맞서 고초를 피하지 않으셨던 스님의 삶을 추모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에게 수행은 실천이고 행동이었다.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었다”며 “불교계를 개혁하고 세상을 깨치려 했던 스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 삼가 극락왕생을 기원한다”고 했다.
명진스님의 장례는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분향소는 서울 봉은사에 마련된다. 영결식은 오는 25일 오전 봉은사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이후 법주사에서는 다비식이 진행된다.
다비식은 스님의 시신을 불에 태워 장례를 치르는 불교식 화장 의식이다. 일반적인 화장과 달리 염불과 독경 등 불교 의례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불교에서는 스님의 입적 이후 영결식과 화장하는 불교식 장례 의식인 다비식을 거치며 장례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