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제조 기업 유니트리가 기업 공개(IPO)에 나서자마자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 수요처는 산업 현장이 아니라 연구소, 대학, 혹은 정부 기관으로 알려졌다.
한국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바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유니트리의 산업적 효용성이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사람들이 2026년 8월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세계 로봇 컨퍼런스 2026에서 조끼를 입은 유니트리 R1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 닛케이아시아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유니트리는 지난 19일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주가가 460% 급등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업체로는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IPO를 통해 61억 위안(약 1조2500억 원)을 조달했다. 이날 유니트리의 시가 총액은 4450억 위안(약 91조 원)으로 책정됐다.
◆유니트리, 중국 로봇 업계 이끌며 폭발적 성장
투자자들의 열렬한 반응의 원인은 유니트리의 급격한 성장에 있다. 유니트리의 매출은 2024년 3억9300만 위안(약 807억 원)에서 2025년 17억 위안(약 3500억 원)으로 4.3배 급증했다. 순이익 역시 2024년 9550만 위안(약 196억 원)에서 2025년 2억7800만 위안(약 571억 원)을 기록해 2.9배 늘었다.
유니트리의 인간형 로봇, 사족 보행 로봇 및 로봇 부품을 포함한 핵심 사업 부문에서 총 마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니트리의 해당 부문 마진율은 2023년 44.2%에서 2024년 56.7%, 2025년 60.1%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IPO를 앞두고 유니트리가 발간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1년간 출하량은 2025년에 5500대를 돌파해 세계 시장 점유율 32.4%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사족 보행 로봇의 누적 출하량은 3만3천대를 넘어 세계 시장 점유율 약 60%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개발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유니트리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중국 정부는 2030년 말까지 혁명적 도약을 이룰 미래 산업 가운데 하나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꼽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해 중국이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산업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2026년 말까지 1만 대 이상의 로봇을 다양한 공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왕싱싱 유니트리 회장은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유니트리 자체 생산 라인에 로봇을 투입해 테스트 및 실제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자동차 공장들과 협력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회사 AI 팀의 대부분은 가정이나 공장에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트리, 실제 산업 현장 투입 제한적
하지만 실제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요는 대부분 산업 현장이 아니라 교육, 연구기관 등에서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7월23일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한 2025년 1~9월 매출 가운데 산업 현장에서 직접 사용된 비중은 9%에 불과했다"며 "관광지, 전시회, 소매점과 같은 상업 시설에 17%가 사용됐고 나머지 74%는 대학, 연구기관 등에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 가운데 대다수는 산업 현장이 아니라 정부가 설립한 훈련 센터여서 산업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데이터를 모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국 지방 정부는 로봇 업계와 손을 잡고 훈련 센터를 설립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매하고 훈련시킨 데이터를 기업에 판매한다.
상하이에 있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터랙트애널리시스의 마르코 왕 애널리스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로봇이 실제 환경에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 센터 데이터가 100% 유용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북부의 한 교육센터 고위 관계자도 "훈련시킨 데이터 8시간 가운데 실제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는 평균 2~3시간 분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니트리의 경우에는 그나마 비교적 이런 훈련 센터에 덜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유니트리의 2025년 1월에서 9월까지의 휴머노이드 로봇 매출 가운데 훈련 센터로의 출하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 현대차그룹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개발 방식과 매우 다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7월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경기구 전달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이 지난 5월18일 미국에서 주관한 기관 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양산 및 현장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를 2만5000대 이상 도입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공장 투입 전 아틀라스에 1만 시간 분량의 작업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있다.
즉 현대차그룹은 대학 연구소나 정부 기관이 만든 훈련 센터가 아닌 실제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현장에 투입해 생생한 작업 정보를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유니트리의 로봇보다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학습할 수 있어 유리하다.
한편 미국 기업 테슬라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9월30일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선보였다.
다만 2026년 7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까지도 테슬라 옵티머스의 실제 생산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은 2026년 중반이나 후반에 초기 출시될 예정이지만, 머스크 CEO는 "완전히 새로운 공급망과 약 1만 개의 고유 부품으로 인해 초기 생산은 매우 느릴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