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모르는 것을 안다고 가정하는 순간, 문제의 구조가 손에 잡힌다.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멈춰 서는 가장 큰 이유는 ‘모르는 값’이 너무 많아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조건은 복잡하고 구해야 할 수치는 안개 속에 싸여 있을 때,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미지수 x, y를 늘려가며 거대한 식의 미로를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미로 속에서 길을 잃는다. 

하지만 거창한 방정식을 세우기 전에 아주 간단하고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만약 구해야 하는 값을 이렇게 가정하면 문제가 어떻게 바뀔까?" 하고 일단 ‘가정’해 보는 것이다. 가정하는 힘은 수학적 사고의 세 번째 핵심 도구다. 정답이 아닌 의도적인 가짜 값이나 극단적 상황을 설정하면, 문제 뒤에 숨어 있던 복잡한 꼬임이 풀리고 명확한 구조가 눈앞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규영의 대치동 '수학' 학원의 비밀] 가정하는 순간 복잡한 꼬임이 풀리고 명확한 구조가 드러난다
문제에 '모르는 값'들이 너무 많으면 길을 잃는다. '모르는 값'들을 잠정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 AI

[생각해 볼 문제] "닭과 토끼가 합쳐서 10마리 있다. 다리의 수의 합이 총 28개라면, 닭과 토끼는 각각 몇 마리일까?“

이 문제는 초등 심화 과정이나 중등 일차방정식과 연립방정식의 단골손님이다. 보통은 닭의 수를 x, 토끼의 수를 y라 두고 x+y=10, 2x+4y=28이라는 연립방정식을 만들어 풀도록 가르친다. 계산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이 풀이법은 아이에게 닭과 토끼 다리의 차이가 전체 다리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직관을 주지 못한다.

이제 방정식과 x, y를 완전히 지우고, '가정하는 힘'을 써서 이 문제를 다시 보자. 토끼와 닭의 마릿수를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10마리가 전부 닭이라고 ‘가정’해보는 것이다. 닭의 다리는 2개이므로, 10마리가 모두 닭이라면 다리의 총합은 20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에서 제시한 실제 다리의 수는 28개다. 

왜 8개의 차이가 발생했을까? 간단하다. 우리가 닭이라고 덮어놓고 가정했던 동물 중에 사실은 다리가 4개인 토끼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닭 한 마리를 토끼 한 마리로 바꿀 때마다 다리는 정확히 2개씩 늘어난다. 실제 다리 수보다 부족한 8개를 채우려면, 닭 4마리를 토끼 4마리로 바꿔야 한다. 따라서 닭은 6마리이고 토끼는 4마리이다. 이런 식으로 정답을 식 한 줄 없이 구할 수 있다.

가정은 단순한 '어림짐작'이 아니다. 실제와 가상의 차이를 이용해 문제의 핵심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대단히 정교한 수학적 실험이다. 이처럼 모르는 값을 임의의 쉬운 수나 극단적인 상태로 '가정'하면, 실제 조건과의 '차이(오차)'가 발생한다. 수학적 사고는 바로 이 차이가 왜 일어났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작동한다. 가정하는 힘은 고난도 수능 문제를 풀 때도 효과적인 생각법이다. 조건이 복잡한 미적분 문제는 그래프의 개형을 가정하고 모순과 오차를 해결하면서 정답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식을 세우기 어려워하면 이렇게 물어보라. "만약 전부 ~라면 어떻게 될까?", "만약 구하는 값을 ~라고 놓으면 문제가 어떻게 달라질까?" 아이가 정답을 단번에 맞히지 못해도 상관없다. 완벽한 정답을 바로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상상하고 가정해 보는 순간 아이의 뇌는 수식의 노예에서 문제의 설계자로 전환된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짜 답을 던져 구조를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수학을 만드는 '가정하는 힘'이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12명 미성년자 성폭행한 김근식, 출소 후 파주를 거처로 삼나? : 파주시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 2 제18호 태풍 '사우델(SAUDEFL)' 한반도에 어떤 영향 미칠까 : 계속 일기예보 확인하는 게 좋겠다
  • 3 MB정권 비판했던 명진 스님 제주 해상서 입적 : 이재명·문재인도 추모한 '불교계 큰 어른'
  • 4 중수청 수사관 모집에 전체 검사 5%, 100여 명 지원 : 서울 동부지검장 임은정 '수사관' 된다
  • 5 "근무자 입장 생각하지 못했다" 장애인 유튜버 박위, KTX 휠체어 낙상 사고 CCTV 영상 공개 논란에 결국 사과했다
  • 6 청와대 '대법관 후보 손봉기 반려'로 재제청 요구 검토 : 민주당 김민석 '조희대 탄핵' 대신 '법원 내부 압박' 촉구했다
  • 7 [허프 생각] 이스라엘 극우 장관, 팔레스타인인 사형장 건설 현장 직접 공개 : '야만의 정치'가 찾아왔다
  • 8 수익률 9000%, 전원주 아직 SK하이닉스 주식 팔지 않은 이유 : "엘리베이터 탈 생각 하지 마라"
  • 9 JYP엔터 최근 주가 급락서 보이는 '시장의 외면' :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이후 '핵심 IP' 공백 우려한다
  • 10 중국 세계 최초 북극 컨테이너 항로 열고 파나마운하는 가뭄에 물길 좁아져 : 기후위기에 물류지도 바뀐다

허프생각

이스라엘 극우 장관, 팔레스타인인 사형장 건설 현장 직접 공개 : '야만의 정치'가 찾아왔다
이스라엘 극우 장관, 팔레스타인인 사형장 건설 현장 직접 공개 : '야만의 정치'가 찾아왔다

1962년 '나치 아이히만' 이후 64년 만에 첫 사형

허프 사람&말

민주당 '메가 탕평' 외친 김민석, 청년 최고위원 인선부터 '독주' 시작했다 : 요직에 '캠프 인사' 전진배치
민주당 '메가 탕평' 외친 김민석, 청년 최고위원 인선부터 '독주' 시작했다 : 요직에 '캠프 인사' 전진배치

공약 위반 반발 나와

최신기사

  • 중국 기업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 '점유율 1위' 불구 산업 현장 효용성 의심 받는 이유
    씨저널&경제 중국 기업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 '점유율 1위' 불구 산업 현장 효용성 의심 받는 이유

    주 수요처는 대학과 연구기관

  • 쓰레기 더미 뒤지는 가자지구 아이들 : 한 끼 만들 불씨 찾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글로벌 쓰레기 더미 뒤지는 가자지구 아이들 : 한 끼 만들 불씨 찾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전쟁이 바꾼 가자지구의 일상

  • MB정권 비판했던 명진 스님 제주 해상서 입적 : 이재명·문재인도 추모한 '불교계 큰 어른'
    뉴스&이슈 MB정권 비판했던 명진 스님 제주 해상서 입적 : 이재명·문재인도 추모한 '불교계 큰 어른'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 근무자 입장 생각하지 못했다 장애인 유튜버 박위, KTX 휠체어 낙상 사고 CCTV 영상 공개 논란에 결국 사과했다
    라이프 "근무자 입장 생각하지 못했다" 장애인 유튜버 박위, KTX 휠체어 낙상 사고 CCTV 영상 공개 논란에 결국 사과했다

    "생각이 짧았다."

  •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경찰관 긴급체포 : 한 건인 줄 알았는데 사건 또 있었다
    뉴스&이슈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경찰관 긴급체포 : 한 건인 줄 알았는데 사건 또 있었다

    눈감은 파수꾼

  • '한국 미국 연합훈련 축소' 북한 김정은과 가까워지려 한 트럼프에 비판 목소리 : 공화당 하원의원 한국 더 가까이 둬야, 훈련 복원 촉구
    글로벌 '한국 미국 연합훈련 축소' 북한 김정은과 가까워지려 한 트럼프에 비판 목소리 : 공화당 하원의원 "한국 더 가까이 둬야", 훈련 복원 촉구

    시험대 오른 한미동맹

  •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로 압박에 이란도 맞불 놨다 : “미국 제재 동참국은 이란의 적”
    글로벌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로 압박에 이란도 맞불 놨다 : “미국 제재 동참국은 이란의 적”

    친구 아니면 적, 냉전식 셈법

  • 10년 만에 전면파업 돌입하려던 현대차 노조, 교섭 재개에 24일 부분파업 일단 유보했다
    씨저널&경제 "10년 만에 전면파업" 돌입하려던 현대차 노조, 교섭 재개에 24일 부분파업 일단 유보했다

    17차 교섭 열린다

  • 'AI 흔적'에 새로운 논쟁, '단순 도움'만 받아도 'AI 창작물' 취급 : 텍스트의 창작성(Originality)은 무엇인가
    뉴스&이슈 'AI 흔적'에 새로운 논쟁, '단순 도움'만 받아도 'AI 창작물' 취급 : 텍스트의 창작성(Originality)은 무엇인가

    AI로 맞춤법 검사만 했는데...

  • '더위 멈춘다'는 처서, 올해 '처서 매직'은 없다 : 그래도 2025,년 2018년 '최악의 처서'보다는 낫다
    뉴스&이슈 '더위 멈춘다'는 처서, 올해 '처서 매직'은 없다 : 그래도 2025,년 2018년 '최악의 처서'보다는 낫다

    계절의 경계가 바뀐다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이용자위원회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정정·반론보도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