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는 장면은 스크린에 올릴 수 있는데,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올릴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2007년, 법과대학 강의실에서 한 교수가 툭 던진 말이 20년 가까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연구관을 지낸 교수는 한국의 영상물심의 규정이 폭력과 성애를 다른 잣대로 규율하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프 생각] 한국 '성애영화 검열'은 계속된다, 폭력엔 관대 vs 성애는 엄격 : 살인은 되는데, 사랑은 안 된다
살인은 표현할 수 있지만, 사랑과 깊은 관련이 있는 섹스는 표현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일까. AI 이미지

당시에는 다소 과격한 문제제기로 들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세월이 지난 만큼 더 또렷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는 폭력과 살인, 신체 훼손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도 충분히 스크린에 오른다. 하지만 성애를 진지하게 다룬 영화는 곧바로 ‘제한상영가’라는 사실상의 상영금지 등급을 받는다.

제한상영가는 작품을 올릴 상영관 자체가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에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는 등급판정이 아니라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201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가 그랬다.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 표현이 있다”며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겼다.

2012년에는 노르웨이 영화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역시 여자 주인공의 성적 표현을 문제 삼아 같은 등급을 받았다. 이에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반발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님포매니악’도 국내에서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영화 ‘천국의 전쟁’ 역시 노골적 성관계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를 받았고, 이 작품은 송사 끝에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국 제한상영가 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성애 영화에 대한 규제가 이상한 이유는 '합리적 기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폭력 묘사에는 이런 포괄적 금지 제재가 없다. 총기난사와 고문까지도 서사적 맥락만 있으면 15세 관람가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게 된다.

그런데 성인 간의 합의된 성적 관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 그 이유만으로도 상영자체가 막힌다. 폭력은 죄악시하지 않으면서 사랑과 섹슈얼리티는 죄악시하는 이런 기이한 규제는 한국 사회가 성을 너무 엄격하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빠지게 한다.

법적 측면에서도 이런 제재는 근거가 부족하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영화진흥법상 등급분류보류제도를 두고 “한국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2008년에는 비디오물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반복했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제한상영가 등급 기준을 두고도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제한상영가라는 틀 자체는 그대로 둔 채 조문만 손질했고, 그 결과 위헌논란이 봉합된 것처럼 보일 뿐 실질적 검열기능은 2026년 현재도 작동하고 있다.

한국의 성애영화에 검열은 세계적 추세를 바라보더라도 많이 후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영상물등급위원회(BBFC) 지침은 “성인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리고 유해하지 않은 한 가능한 최대한으로 무엇을 볼지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성인 전용 R18 등급에서는 2000년 개정 이후 실제 성행위를 묘사한 콘텐츠까지도 허용된다.

영국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최근에도 성적 묘사 자체를 금기시하기보다 폭력적이고 강압적 성행위 묘사에 규제의 초점을 맞춰 기준을 조정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성적 표현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규제의 기준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이 실제로 유해한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접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엔 차원의 표현의 자유규범도 영국과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은 예술적 형식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고 전달할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성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전에 유통자체를 막는 한국의 규범과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핵심은 한국 영상물등급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 일반 시민들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특별한 자격을 가진 검열관이 아니라 국가가 위촉한 한낱 개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성인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권리를 위촉된 십여 명의 위원들이 대신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기관이 문화적 금기를 다룬 예술작품의 공개 여부를 어찌 결정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폭력과 살인은 서사가 되고 사랑과 성애는 범죄가 되는 한국 사회의 모순은 20년 전 헌법학 교수의 물음을 곱씹게 한다. 성인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은 소수의 심의위원이 대신 판단해 줄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12명 미성년자 성폭행한 김근식, 출소 후 파주를 거처로 삼나? : 파주시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 2 제18호 태풍 '사우델(SAUDEFL)' 한반도에 어떤 영향 미칠까 : 계속 일기예보 확인하는 게 좋겠다
  • 3 MB정권 비판했던 명진 스님 제주 해상서 입적 : 이재명·문재인도 추모한 '불교계 큰 어른'
  • 4 중수청 수사관 모집에 전체 검사 5%, 100여 명 지원 : 서울 동부지검장 임은정 '수사관' 된다
  • 5 "근무자 입장 생각하지 못했다" 장애인 유튜버 박위, KTX 휠체어 낙상 사고 CCTV 영상 공개 논란에 결국 사과했다
  • 6 청와대 '대법관 후보 손봉기 반려'로 재제청 요구 검토 : 민주당 김민석 '조희대 탄핵' 대신 '법원 내부 압박' 촉구했다
  • 7 [허프 생각] 이스라엘 극우 장관, 팔레스타인인 사형장 건설 현장 직접 공개 : '야만의 정치'가 찾아왔다
  • 8 수익률 9000%, 전원주 아직 SK하이닉스 주식 팔지 않은 이유 : "엘리베이터 탈 생각 하지 마라"
  • 9 JYP엔터 최근 주가 급락서 보이는 '시장의 외면' :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이후 '핵심 IP' 공백 우려한다
  • 10 중국 세계 최초 북극 컨테이너 항로 열고 파나마운하는 가뭄에 물길 좁아져 : 기후위기에 물류지도 바뀐다

허프생각

이스라엘 극우 장관, 팔레스타인인 사형장 건설 현장 직접 공개 : '야만의 정치'가 찾아왔다
이스라엘 극우 장관, 팔레스타인인 사형장 건설 현장 직접 공개 : '야만의 정치'가 찾아왔다

1962년 '나치 아이히만' 이후 64년 만에 첫 사형

허프 사람&말

민주당 '메가 탕평' 외친 김민석, 청년 최고위원 인선부터 '독주' 시작했다 : 요직에 '캠프 인사' 전진배치
민주당 '메가 탕평' 외친 김민석, 청년 최고위원 인선부터 '독주' 시작했다 : 요직에 '캠프 인사' 전진배치

공약 위반 반발 나와

최신기사

  • 중국 기업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 '점유율 1위' 불구 산업 현장 효용성 의심 받는 이유
    씨저널&경제 중국 기업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 '점유율 1위' 불구 산업 현장 효용성 의심 받는 이유

    주 수요처는 대학과 연구기관

  • 쓰레기 더미 뒤지는 가자지구 아이들 : 한 끼 만들 불씨 찾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글로벌 쓰레기 더미 뒤지는 가자지구 아이들 : 한 끼 만들 불씨 찾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전쟁이 바꾼 가자지구의 일상

  • MB정권 비판했던 명진 스님 제주 해상서 입적 : 이재명·문재인도 추모한 '불교계 큰 어른'
    뉴스&이슈 MB정권 비판했던 명진 스님 제주 해상서 입적 : 이재명·문재인도 추모한 '불교계 큰 어른'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 근무자 입장 생각하지 못했다 장애인 유튜버 박위, KTX 휠체어 낙상 사고 CCTV 영상 공개 논란에 결국 사과했다
    라이프 "근무자 입장 생각하지 못했다" 장애인 유튜버 박위, KTX 휠체어 낙상 사고 CCTV 영상 공개 논란에 결국 사과했다

    "생각이 짧았다."

  •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경찰관 긴급체포 : 한 건인 줄 알았는데 사건 또 있었다
    뉴스&이슈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경찰관 긴급체포 : 한 건인 줄 알았는데 사건 또 있었다

    눈감은 파수꾼

  • '한국 미국 연합훈련 축소' 북한 김정은과 가까워지려 한 트럼프에 비판 목소리 : 공화당 하원의원 한국 더 가까이 둬야, 훈련 복원 촉구
    글로벌 '한국 미국 연합훈련 축소' 북한 김정은과 가까워지려 한 트럼프에 비판 목소리 : 공화당 하원의원 "한국 더 가까이 둬야", 훈련 복원 촉구

    시험대 오른 한미동맹

  •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로 압박에 이란도 맞불 놨다 : “미국 제재 동참국은 이란의 적”
    글로벌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로 압박에 이란도 맞불 놨다 : “미국 제재 동참국은 이란의 적”

    친구 아니면 적, 냉전식 셈법

  • 10년 만에 전면파업 돌입하려던 현대차 노조, 교섭 재개에 24일 부분파업 일단 유보했다
    씨저널&경제 "10년 만에 전면파업" 돌입하려던 현대차 노조, 교섭 재개에 24일 부분파업 일단 유보했다

    17차 교섭 열린다

  • 'AI 흔적'에 새로운 논쟁, '단순 도움'만 받아도 'AI 창작물' 취급 : 텍스트의 창작성(Originality)은 무엇인가
    뉴스&이슈 'AI 흔적'에 새로운 논쟁, '단순 도움'만 받아도 'AI 창작물' 취급 : 텍스트의 창작성(Originality)은 무엇인가

    AI로 맞춤법 검사만 했는데...

  • '더위 멈춘다'는 처서, 올해 '처서 매직'은 없다 : 그래도 2025,년 2018년 '최악의 처서'보다는 낫다
    뉴스&이슈 '더위 멈춘다'는 처서, 올해 '처서 매직'은 없다 : 그래도 2025,년 2018년 '최악의 처서'보다는 낫다

    계절의 경계가 바뀐다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이용자위원회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정정·반론보도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