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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이냐, 두 줄이냐. 출퇴근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면 한 번쯤 마주하는 고민이다. 한쪽에 서서 지나갈 길을 터줘야 할까, 아니면 양쪽에 나란히 서야 할까.

에스컬레이터 이용법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한 줄이냐, 두 줄이냐 에스컬레이터 안전한 이용법 논쟁 : 정부가 29일 토론회 연다
2024년 8월12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 구리역에서 자원봉사자가 65m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안전사고 예방 푯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논쟁을 놓고 정부가 시민들과 머리를 맞댄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오는 29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에스컬레이터, 어떻게 타야 안전할까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번 토론회에는 시민 200명이 참여한다. 행안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았으며, 연령·성별·지역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고려해 참가자를 균형 있게 선발한다고 밝혔다.

한 줄이냐, 두 줄이냐 에스컬레이터 안전한 이용법 논쟁 : 정부가 29일 토론회 연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법 토론회를 알렸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홈페이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승강기별 보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에스컬레이터는 4만2053대다. 이처럼 일상 곳곳에서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에도 한줄서기법이 자리 잡았다.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가 처음부터 당연한 예절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 줄 서기 운동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빠르게 퍼졌다. 오른쪽에는 서고, 왼쪽은 비워두는 모습이 출퇴근길의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한 줄 서기가 안전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왼쪽으로 걷거나 뛰는 승객이 균형을 잃거나 다른 승객과 부딪혀 낙상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됐다.

또한, 오른쪽에만 승객이 몰리면서 에스컬레이터에 좌우 불균형 하중이 반복적으로 가해져 체인 등 부품의 편마모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2007년부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마세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안전 수칙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어떻게 서 있어야 가장 안전할까.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한 줄로 서면 왼쪽에 길이 생긴다. 그 길을 이용해 걷거나 뛰는 사람이 생긴다. 두 줄로 서면 보행은 막을 수 있지만, 출퇴근길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한다는 현실과 부딪힌다.

한 줄이냐, 두 줄이냐 에스컬레이터 안전한 이용법 논쟁 : 정부가 29일 토론회 연다
2023년 6월8일 오전 경기 성남시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한 줄로 서서 걷는 것이 정말 전체 승객에게도 더 빠른 방법일까. 연구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17년 일본 게이오대 연구진은 승객 이용이 많은 철도역 8곳에서 에스컬레이터 이용객의 행동을 직접 관찰했다.

그 결과 에스컬레이터 이용객이 많을수록 걷는 승객의 비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에스컬레이터의 높이가 높을수록 서서 이동하는 승객이 많았다. 에스컬레이터 운행 속도가 빠르거나 옆에 계단이 마련된 경우에는 걷는 승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한쪽은 서고 한쪽은 걷는 방식’과 ‘양쪽 모두 서는 방식’을 수학적 대기행렬 모델로 비교한 것이다. 연구 결과 승객이 몰리는 상황에서는 양쪽에 모두 서는 방식이 전체 승객을 더 빠르게 이동시키는 데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승객이 적거나 걷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는 한 줄 서기가 개인의 이동 시간을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어, 어느 한 방식이 항상 더 효율적인 것은 아니며 승객 규모와 이용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해외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국 런던과 홍콩에서는 오른쪽에 서고 왼쪽으로 걷는 방식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런던은 혼잡 시간대 수송능력을 높이기 위해 양쪽에 서는 방식을 실험했고, 홍콩 MTR도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줄이기 위해 양쪽에 서서 걷지 말 것을 거듭 안내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역마다 서는 방향은 다르지만, 정부는 걷지 않고 양쪽에 서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한 줄이냐 두 줄이냐에만 있지 않다. 두 줄로 서게 하려면 에스컬레이터가 더 빨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속도를 무작정 높이는 것도 답은 아니다.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거나 속도가 변하는 상황에서는 걷거나 뛰는 승객의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발밑의 움직임이 갑자기 달라지면 몸의 균형을 잃기 쉽고, 앞사람을 추월하던 승객이 넘어질 경우 뒤따르던 승객까지 연쇄적으로 넘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노약자나 어린이 등 이용객이 균형을 잃고 넘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의 에스컬레이터가 유독 느린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정격속도는 초속 0.75m로, 유럽의 에스컬레이터 안전 기준에서 허용하는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미 수십년 넘게 이어져 온 한 줄 서기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 현재의 이용 행태를 전제로 사고 위험을 줄일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에스컬레이터의 속도와 구조는 물론 승·하차 공간, 계단과의 동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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