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5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경쟁 정치인을 겨냥해 비방영상을 만들기 위해 외부업체에 의뢰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처음에는 의혹을 일축하던 다카이치 총리 측이 일본 의회에서 답변을 수차례 바꾸면서 이른바 '콘크리트'로 불리던 지지율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6월3일 도쿄에서 열린 '세계도서국 해양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요미우리와 닛케이 등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다카이치 총리가 '비방영상'과 관련해 일본 의회에서 발언을 여러 차례 바꾸면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2026년 4월 "다카이치 총리 측이 2025년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와 2026년 중의원 선거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에게 불리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영상을 외부 업체에 의뢰해 제작·유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다카이치 총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논란도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영상을 제작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의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논란은 다시 부각됐다.
IT 업체를 운영하는 마쓰이 대표는 6월7일 보도된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 캠프의 비서와 영상제작 방향을 논의했다"며 "자민당 총재 선거와 중의원 선거 당시 비슷한 성격의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마쓰이가 통화기록과 함께 제시한 전화번호가 총리 비서의 연락처와 일치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달라지는 답변, 신뢰성에 의문 커져
문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의혹과 관련해 발언을 계속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처음에는 마쓰이 대표를 두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6년 5월26일 일본 의회에서는 비서와 마쓰이 대표의 온라인 접촉을 두고 "관련 기록이 없다"고 후퇴했다.
그 뒤 2026년 6월4일 비방영상 제작자 마쓰이 대표와 다카이치 총리의 비서로 추정되는 사람이 대화한 내용이 주간문춘에 의해 공개됐고, 이튿날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는 다카이치 총리를 향한 질문 공세가 펼쳐졌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기시 마키코 의원이 "음성의 주인이 비서가 맞느냐"고 다카이치 총리를 추궁하자, 다카이치 총리는 "비서 본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명확한 부정을 하지 않았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 심의는 시작된 지 28분 만에 중단되는 이례적 상황도 펼쳐졌다. 이에 그동안 주간지 보도 중심으로 전해지던 사건이 일본 주요 방송과 일간지의 보도로 확장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뒤이어 2026년 6월19일 열린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비서가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보고했다"고 말을 바꾸어 일본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이처럼 시시각각 바뀌면서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2026년 3월에 71%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다카이치 총리 내각 지지율은 2026년 6월 지지통신 조사에서 정권 출범 이래 최저인 54.3%를 기록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고물가에 대한 불만과 비방영상 의혹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비방영상 의혹과 관련해 결정적 문서증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야당과 언론의 비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