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거 관리 역량에 의문을 낳았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자에게 지급된 선거비용 환수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제7차 위원회의'가 열린 6월1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관련 조형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가 돌려받아야 할 선거비용은 236억 원에 이르지만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했고, 이 중 35억원은 소멸시효가 지나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월 31일 기준 선거비용 보전금과 기탁금 반환 명령을 받고도 이를 완납하지 않은 사람은 86명이다. 이들이 갚지 않은 금액은 236억6115만 원에 달했다. 반환 명령이 내려진 전체 금액 273억5421만 원 가운데 86.5%가 아직도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선거비용 보전금은 일정 득표율 이상을 얻은 후보자에게 국가가 선거운동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이미 지급된 보전금과 기탁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 돈인 만큼 엄격한 환수와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선관위의 반환 명령이 내려진 뒤 10년 넘게 돈을 내지 않는 사례가 23건이나 됐다. 2015년까지 반환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만 112억 9081만 원으로 전체 미반환액의 절반가량인 47.7%에 달했다. 반환 명령만 내려놓고 실제 징수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다. 곽 전 교육감은 2012년 10월 35억3749만 원의 선거비용 반환 명령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31억4301만 원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미납 상태에서도 2024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하면서 '선거비용 미반환자의 재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이른바 '곽노현 방지법' 논의까지 불러왔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가 채권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거비용 반환금은 세무당국이 징수 절차를 담당하지만 선관위 역시 소송 제기 등을 통해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고 채권을 보전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미 소멸시효가 지나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진 금액만 35억7400만 원에 달했다.
선거의 공정성을 관리·감독해야 할 선관위가 정작 선거법 위반자에게 지급된 국민 세금을 되찾는 데는 허술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반환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시효가 지나면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선관위의 안일한 채권 관리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