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컴퓨터 제조업체 델 테크놀로지스의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한 지 수개월 만에, 델이 미국 국방부의 97억 달러(약 14조6천억 원) 규모 계약을 수주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각) 델이 향후 5년 동안 미군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97억 달러 규모 계약의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2월10일 델 주식 100만~500만 달러(약 15~75억 원)어치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이달 초 공개된 금융거래 공시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연설에서 델을 여러 차례 치켜세우며 "델 컴퓨터 제품을 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주식 매입 이후 2주도 지나지 않아 "델은 훌륭한 제품을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델은 국방부 계약 체결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다. 델 창업자 마이클 델 일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거대한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라 신설된 세제 혜택 저축 계좌인 '트럼프 계좌'에 62억5천만 달러(약 9조4천억 원)를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델 가족은 훌륭한 가족"이라며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도 대단하고 그의 아내 수전도 대단하다"고 공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 기간 델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백악관은 관련 질의에 관해 트럼프 재단 쪽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유일한 관심사는 미국 국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사이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델 가족 찬사 역시 "2500만 명의 노동계층 아동을 위한 트럼프 계좌에 6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한 데 감사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은 주식 거래가 자동으로 이뤄지며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트펌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는 지난주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의 투자 자산은 독립된 외부 금융기관이 전적으로 재량권을 갖고 관리한다"며 "자산 배분과 매매, 포트폴리오 운영 등 모든 투자 결정은 해당 기관이 내린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 역시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로빈후드 앱(미국의 모바일 주식 투자 플랫폼)'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자산이 '블라인드 트러스트(공직자가 보유 자산의 매매·운용에 관여하거나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하는 자산 신탁 제도)'에 맡겨져 있지 않은 만큼, 자산 운용사가 그의 재산 거래를 대신 수행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임기 동안 자신의 기업 지분을 처분하지 않았고, 재임 중에도 공적 권한과 사적 이익의 경계를 흐리는 행보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산업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직접 암호화폐 사업에 관여한 점도 언급됐다.
또 미국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17억8천만 달러(약 2조6700억 원) 규모의 '반무기화 기금' 역시 트럼프 측 인사나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에게 세금을 지원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윤리 전문가들은 이를 노골적인 부패 행위라고 평가했다.
정부 감시단체인 워싱턴시민책임윤리단체(CREW)는 이번 사례가 윤리 규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신시아 브라운 수석 윤리 고문은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공개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는 회사라고 홍보하고 이어 막대한 정부 계약까지 안겨줬다"며 "행정부는 모든 기업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지 특정 기업을 편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