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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뜯어보지도 않고 버려지는 종이지만, 누군가에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 창구가 되기도 한다. 선거 공보물에 얽힌 이야기이다.

모든 유권자 위한 선거 공보물 맞나? : 장애인이 한 표 행사하기엔 여전히 높은 현실의 장벽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선거 공보물 내용 중 일부(왼쪽), 이진숙 국민의힘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 공보물 내용 중 일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공보물은 최대 12면까지 제작할 수 있다. 후보자의 공약과 경력, 재산, 전과 기록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기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이를 뜯어보지도 않은 채 버리기도 한다.

군소정당엔 절박한 한 장

거대 정당의 선거 공보물이 화려한 디자인과 대규모 홍보 전략으로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사이, 군소정당에게 공보물은 존재 자체를 알리기 위한 절박한 수단에 가깝다.

모든 유권자 위한 선거 공보물 맞나? : 장애인이 한 표 행사하기엔 여전히 높은 현실의 장벽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이다. ⓒ소셜미디어 엑스

정의당 경남도당에 따르면, 하동군선거관리위원회로 배송된 선거공보물이 운송 과정에서 비에 젖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경남도당 당원들은 한밤중 급히 여분의 공보물을 차량에 싣고 창원에서 하동으로 이동했는데, 당시 하동읍사무소 직원들은 젖은 공보물을 하나씩 분리해 말리는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3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군소정당에게 공보물 한 장의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현수막을 온동네 걸 여력도 없고, 선거운동원을 다수 대동해 거리에서 존재감을 뽐낼 수도 없다. TV나 신문에 한 번 등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그러니 모든 세대로 도착하는 공보물 한 장은, 군소정당으로서는 빚을 내서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유권자가 읽기 어려운 선거 공보물

모든 유권자 위한 선거 공보물 맞나? : 장애인이 한 표 행사하기엔 여전히 높은 현실의 장벽
5월24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시각장애인 선거 공보물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소셜미디어 엑스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제작·배포된 공보물이 정작 모든 유권자가 읽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선거 공보물은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선거 정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거 공보물은 점자형 선거공보, USB 등 저장매체,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QR코드) 등의 형태로 제공된다. 후보자들은 점자형 선거공보를 별도로 제출하거나 일반 공보물에 음성 변환이 가능한 접근성 바코드를 넣어야 한다. 

장애인들에게 선거 공보물에 대한 접근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공보물은 면수 제한으로 인해 일부 공약과 정보가 축약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있고, QR코드 인식 오류나 음성 지원 기기 오작동 등으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형식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모든 유권자 위한 선거 공보물 맞나? : 장애인이 한 표 행사하기엔 여전히 높은 현실의 장벽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8일 앞둔 26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황실 전광판에 선거 관련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의 참정권 보장 문제 역시 과제로 꼽힌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 나오는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을 의미한다. 선천적 또는 발달 과정에서 발생한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 학습, 사회적 상호작용, 일상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유형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발달장애인이 투표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투표 보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장연은 26일 엑스(X)를 통해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거부로 인한 차별 신고를 받는다고 알렸다.

신체장애만 기준?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는 여전히 혼선

앞서 발달장애인들은 그동안 투표소에서 가족이나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국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25년 대선을 앞두고 발달장애인 역시 투표 보조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참정권 보장 필요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모든 유권자 위한 선거 공보물 맞나? : 장애인이 한 표 행사하기엔 여전히 높은 현실의 장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6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거부로 인한 차별 신고를 받는다고 글을 올렸다. ⓒ소셜미디어 엑스

전장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보조 차별구제 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항소한 상태이며 이전 국회의원 선거때처럼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도 신체적 어려움이 확인될 때만 투표보조를 허용한다고 한다"며 "신체적 떨림이 아닌 인지로 인해서 투표보조가 필요하다는 경우에는 투표보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알렸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낯선 투표 환경에서 불안감을 느끼거나 투표 절차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현행 제도상 투표 보조는 신체적 장애 여부 중심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시각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는 유권자에 한해 가족 또는 본인이 지정한 2인의 투표 보조를 허용하고 있다. 법 조항에 발달장애가 포함돼 있지 않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실제 투표 현장에서는 투표사무원의 판단에 따라 보조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

가족이나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도 현장 선거관리 인력이 이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여서,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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