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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은 지난해에도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늘려 총주주환원율을 확대했다. 이는 회사가 흔들림 없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결과이며, 앞으로도 주주환원을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총 제1호 안건인 ‘2025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을 설명하며 한 이야기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2025년을 결산하며 그야말로 압도적 주주환원 의지와 결과를 동시에 보여줬다. 다만 회장의 연임 문제와 관련된 시스템 개선에는 침묵을 유지한 데다가 사외이사의 성별, 전문분야 다양성 측면에서도 소폭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양종희 회장의 '미완의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K-밸류업 리포트] KB금융 양종희 '압도적 주주환원' 평가, 지배구조 측면선 일부 '퇴행' 지적도
KB금융지주와 양종흐 회장이 이번 주주총회와 함께 '주주환원 모범생'으로 자리매김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

◆ 금융지주 최초 주주환원 3조 원 돌파, 글로벌 소통 잰걸음 걷는 양종희

2025년 KB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52.4%로 국내 모든 금융지주를 통틀어 단연 1위를 기록했다. 7조5천억 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감액하며 감액 배당을 위한 든든한 자원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결산 배당으로는 5738억 원, 주당 1605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지급한 분기배당을 포함하면 연간 총배당금은 1조5778억 원, 주당 총배당금은 4367원에 이른다. 배당성향은 27%다.

특히 금융지주 최초로 주주환원 총액이 3조 원을 넘어서면서, 명실상부 국내 금융업계 전체의 ‘밸류업’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양 회장은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해외투자자들과의 적극적 소통 행보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 회장은 올해 5월 미국 뉴욕에서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인베스트 K-파이낸스’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2년 전에도 같은 행사에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 함께 참석한 바 있으며, 해마다 유럽과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꾸준히 글로벌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 압도적 주주환원 이면에 숨은 지배구조 개선 과제, KB금융지주 특별결의 논의 빗겨갔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 주주환원 성과 속에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양 회장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미완의 숙제'들이 숨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사안으로 알려진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을 주주총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이사회 내 성별 및 전문분야 다양성이 소폭 후퇴했다는 점이다.

물론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 문제는 KB금융지주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금융지주들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선뜻 도입하지 않은 사안이다.

실제로 회장의 연임 안건을 올해 주주총회에서 처리한 신한금융지주나 우리금융지주 역시 이번 주주총회에서 연임시 특별결의 안건을 도입하지 않았다.

특별한 부칙이 없을 시 정관변경의 건은 주주총회에서 가결된 직후 효력을 발휘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안건을 특별결의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 뒤에 배치했다면, 진 회장이나 임 회장의 연임에도 특별결의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3연임 시 특별결의 조항을 도입하긴 했지만, 임 회장이 3연임이 아닌 연임 시도중이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임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번 4대금융지주의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해 금융지주 회사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면서도 연임과 관련된 논의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KB금융지주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양 회장의 임기는 올해 11월 종료되며, 늦어도 올해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는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빠르면 다음달 내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즉, KB금융지주 역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제적으로 해당 내용을 논의했다면 양 회장의 연임에 해당 규정이 적용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KB금융지주가 양 회장 연임 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서나 양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는 주주총회의 우선 안건으로 해당 내용이 포함된 정관변경을 결의한다면, 양 회장의 연임 논의에 해당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상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 된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반영 등을 위한 정관 변경안은 모두 처리됐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의무화' 된 사항 뿐 아니라 양 회장 본인의 연임 궤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껄끄러운 사안이라 하더라도 피하지 않고 논의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사안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회장 연임 특별결의 도입이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검토될 수 있는 사안임은 확실하다"면서도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했다가 만약 개선의 방향이 다르거나 하면 오히려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점이 금융지주들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선안에 기대지 않고 법 개정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소위 '참호 구축'을 차단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은 2월20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는데, 이 개정안에는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시도할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여성·소비자 전문가 떠난 자리 채운 남성·법률가, 이사회 다양성의 후퇴

이사회의 다양성이 옅어졌다는 점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번 주주총회가 남긴 또 다른 아쉬움 가운데 하나다.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23년 3월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합류했던 인물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소비자학 권위자로서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한국소비자학회장 및 소비자정책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지낸 그는 그동안 KB금융지주 이사회에 금융소비자 보호와 ESG 경영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었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3년 전 여 이사를 영입할 당시 "소비자 중심 경영과 ESG 경영을 연결할 최적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사들의 임기를 엇갈리게 운영하는 임기 차등화 정책에 따라 그가 3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면서, 최근 금융당국이 거듭 강조하는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성에 뜻밖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빈자리를 채울 후임자가 관료를 거친 법조인 출신의 서정호 신임 사외이사 후보라는 점도 이사회 내 '특정 분야 쏠림' 우려를 낳고 있다. 서 변호사가 조세와 금융, 행정 등 실무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서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량을 끌어올릴 적임자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 이사회에는 이미 법률 전문가인 김성용 사외이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맹점이다.

소비자 보호와 ESG에 방점을 찍었던 자리가 규제와 리스크 관리에 치중된 법률가 몫으로 넘어가면서, 이사회의 무게추가 '보수적 구도'로 급격히 기울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이는 국내 대기업 이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도 맞닿아 있다. 기업분석플랫폼 리더스인덱스가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사외이사 가운데 법률·정책·규제 전문가 비중은 31.4%에 달한 반면 ESG와 고용 전문가 비중은 고작 2%에 머물렀다. 

전문성 쏠림 못지않게 성별 다양성의 지표가 뒷걸음질 친 대목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2025년 기준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전체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42.8%)을 여성으로 채워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금융권 2위 수준의 탄탄한 성별 다양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여성 이사가 물러나고 남성 이사가 그 자리를 꿰차면서 여성 이사 비율은 28.6%로 하락했다.

같은 시기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사외이사 내 여성 비율을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굳건히 유지하거나 오히려 끌어올리며 이사회 다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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