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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시장 신뢰 재구축이라는 중대한 변곡점을 마주하게 됐다.

한화솔루션이 그간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계획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2조4천억 원 가운데 60%가 넘는 1조5천억 원가량을 채무 상환, 즉 재무 개선에 쏟아붓는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시장의 시선이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기업 밸류업'을 강조하는 정부의 까다로운 현미경 심사를 넘어서야 하는 데다 악화한 여론을 되돌릴 수 있는 확실한 실적 반등까지 증명해 내야 하는 만큼 김 부회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5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 김동관 누적된 '시장 신뢰 훼손' 회복 시험대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한화

◆ 투자 1.2조 vs 채무상환 1.5조, 5년 전과 달라진 자금 사용처와 분위기

30일 한화솔루션 공시를 분석해 보면 5년여 전 단행했던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비교해 조달한 자금의 사용목적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12월21일 이사회를 열고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뒤 이듬해 3월 자금 조달을 마쳤다. 당시 한화솔루션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자금을 모았는데 이번 2조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같은 방법이다. 주주가치를 희석하는 유상증자 가운데 제3자배정 방식이 아니라 기존 주주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주주배정 방식이라는 데서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5년 전과 조달한 자금을 사용하는 방식의 차이만큼이나 시장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한화솔루션은 과거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1조 원은 페로브스카이트 등 차세대 소재 연구개발(R&D)과 태양광모듈·ESS 사업 강화, 태양광 다운스트림사업(발전소의 개발·건설·운영·매각) 투자에 활용했다. 나머지 2천억 원은 그린 수소 분야를 향한 인수합병(M&A) 및 R&D에 투입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사업이 각광받던 것과 맞물려 시장의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종가 기준으로 한화솔루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인 2020년 12월22일 1.19% 떨어졌고 23일에는 1.75% 반등했다. 코스피가 22일 1.62% 하락했고 23일 0.96% 올랐다는 점을 보면 전체 시장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주가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에서는 9천억 원을 향후 3년 동안 차세대 제품의 생산설비에 투자하는 반면 1조5천억 원은 차입금 상환 등 중장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3년 동안 자산매각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구 노력에 최선을 다했지만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이 급증한 데 따라 자본 확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금을 재무 안정화에 활용하겠다는 한화솔루션의 이번 계획을 놓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화솔루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일을 포함해 이틀 동안 20.78% 급락했다. 같은 기간 중동 전쟁 탓에 변동성이 커진 코스피는 3.60% 하락했다.

2020년 말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당시 김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남정운 케미칼부문 대표, 박승덕 큐셀부문 대표 등 두 전문경영인이 "중장기 사업 경쟁력과 이익창출 기반을 강화하고 재무 건전성 제고를 도모하겠다"고 전면에 섰다.

◆ 김동관의 과제, 한화솔루션을 향한 옅어지는 기대와 신뢰는 어떻게

김 부회장은 지난 5년 동안 태양광사업을 포함한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부문 계획대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력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점,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둔화한 점 등이 작용한 것이다.

다만 태양광이 김 부회장이 핵심 사업으로 키워왔던 분야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결국 여러 목표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중동 전쟁에 따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고 우주 태양광 사업 등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5년 전과 비교해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향한 기대는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솔루션 5년 전 유상증자 때 태양광 기반 에너지사업에서 2025년 매출 12조 원을 기대했었다. 지난해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사업 매출은 6조8594억 원에 그쳤다. 3조2천억 원을 투입해 미국의 연간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기존 1.7GW(기가와트)에서 2024년 말 8.4GW까지 확대하겠다던 '솔라허브' 프로젝트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여기에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로 시장의 신뢰가 더욱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보통주 기준으로 한화솔루션이 이번에 발행하려는 신주 7200만 주는 기존 1억7189만2536주의 41.9%에 이른다. 주주가치가 대거 희석될 수 있는 신주를 발행하면서도 절반 이상을 지금까지 악화했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쓰겠다는 계획에 시장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뒤 이틀 이후라는 유상증자의 시점과 맞물려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졌는지를 놓고 비판받고 있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2인은 이틀 만에 2조4천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승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총에서는 발행주식 한도를 3억 주에서 5억 주로 늘리는 안건이 통과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추가 증자 등 발행주식을 늘리려는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은 계열사에서 자금조달을 위해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만큼 이후에도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발행주식 총수를 대폭 확대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바라봤다.

◆ 금감원 문턱 넘고 실적 개선 폭도 키워야

김 부회장에게는 당장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나온다.

한화솔루션이 대규모 채무상환을 주요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시장의 성토가 이어지자 금융감독원은 한화솔루션의 이번 결정을 놓고 중점심사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사회 결정 과정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기조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밸류업'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문턱이 낮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화그룹에서는 1년 전에도 금감원의 중점심사를 거쳐 계열사가 증자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채무 상환 없이 투자 중심의 모두 3조6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금감원은 3조 원이 넘는 수준, 1999년 이후 첫 유상증자인 점을 고려해 중점심사 대상으로 심사했고 회사는 2조3천억 원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한화솔루션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지속적 이익창출이 동반되지 않은 채무 상환은 그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한화솔루션의 실적 개선을 이뤄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태양광 부문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다만 대규모 자금조달로 신뢰를 잃은 만큼 실적 역시 두 분기 이상 연속으로 좋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7047억 원) 이상의 시황 개선이 동반돼야 기업가치 평가에 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화솔루션은 이사회 일원의 '책임경영'을 내세워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27일 김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모두 42억 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매입하기로 한 데 이어 이날도 사외이사 4인 전원이 자발적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내놨다고 발표했다.

장재수 한화솔루션 이사회 의장은 "한화솔루션이 처한 대내외적 어려움에 공감한다"며 "재무구조 안정화와 신용도 방어,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가 병행돼야 하는 만큼 이번 유상증자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사외이사로서 한화솔루션 주식 매입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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