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 정상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아주 잘 지낸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는 같은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112개'로 특정해 논란이다. 지난 8월엔 북한 핵무기를 '57개'로 얘기했던 트럼프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3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중간선거 유세 현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거대한 국가, 거대한 핵보유국의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나는 김정은과 아주 잘 지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핵미사일 112개를 갖고 있다면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112개'라는 숫자를 언급한 시점이 김 위원장을 거론한 직후였다는 점에서, 해당 발언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또는 핵미사일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월에도 북한이 5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해 11월 열린 '2025 북한군사포럼'에서 강선 등 우라늄 농축시설 확대를 고려할 경우 북한이 127~150기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대로 핵물질 생산이 이어질 경우 2030년에는 최대 243기, 2040년에는 429기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제시했다.
북한의 핵전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대화는 과거보다 더욱 복잡한 과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당시 김 위원장과 직접 협상에 나서며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비핵화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같은 해 6월 판문점 회동까지 이어졌지만 핵심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끝내 도출되지 않았다.
특히 하노이 회담에서 당시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대북 제재의 상당 부분을 해제해 달라는 입장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 추가 핵시설까지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양측은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회담장을 떠났다.
이 같은 결렬 뒤 북한과 합의를 위한 전략적 환경은 현재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한편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군사협력이 확대되면서 북한은 군사·경제적 측면에서 미국과의 협상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확보했다.
이후 북한의 태도 역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북한은 2023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핵무력 정책을 더욱 공고히 했으며, 핵무기를 체제 안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고 경제적 보상을 얻는 방식보다는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대외 관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가자지구 문제, 한미 방위비 협상 등 주요 외교 현안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나 북핵 협상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외교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미국이 제재 완화나 경제적 지원만으로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 동결과 일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을 제시할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과 제재 전면 해제, 북미 수교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ISW(미국 전쟁 연구소) 등 전문가들은 설령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실질적인 비핵화보다는 후속 회담을 위한 상징적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