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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구체적으로는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중대한 기로를 맞이했다. 12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사후조정이 사실상 양측의 타결이 이뤄질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1일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의 중재 아래 11시간 30분가량 장시간 협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둘째 날에도 중재를 위해 힘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첫날 마라톤 협상에도 특별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지급, 상한 폐지, 그리고 제도화, 즉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사측은 성과급의 지급 기준을 단체협약 형태로 명문화하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지금의 노조의 강경한 태도를 보아 매우 높은 확률로 수십조 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에서 보면 그간의 성과급 체계(OPI) 관련한 불투명성, 최근까지 유지됐던 삼성의 '무노조 원칙' 등에 관한 불만이 한번에 터져나온 것이기도 하다. 하필이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서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보장했다. 회사 측에서는 영업이익에 기반한 성과급 산정과 명문화에 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사업도 영위하는 만큼, 사업부별 이익 편차에 따른 성과 보상의 필요성도 회사의 논리를 강화한다.

[허프 생각] 삼성전자 노사의 오만한 '협력사' 대접 : 필요할 땐 '생태계'로 엮고, 이해관계 얽히면 '하청업체'로 배제
4월3일 열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2026년 상생협력데이'에서 전영현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에서 열 번째)과 우수 협력사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노사 각자의 입장에는 다들 이유가 있다. 그렇게 비합리적이지도 않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고, 삼성전자의 진짜 주인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진 만큼 노조의 요구가 무리라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에서도 양측이 조금 더 현명한 판단으로 합의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지만 회사 측에 힘을 싣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삼성전자 노사의 갈등 국면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협력사의 노력은 이번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는 1061개, 2·3차 협력사는 693개에 이른다.

총파업에 따라 예상되는 피해액이 30조 원에 이르고,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전체 규모는 40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런 숫자가 엄청나고, 양측의 갈등이 너무나 뾰족해서인지,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한 축을 담당하는 협력사와 관련한 논의는 한쪽으로 비켜나고 말았다.

갑자기 협력사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아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삼성전자의 성과에는 노사뿐 아니라 주주, 일반 국민과 함께 협력사의 노력이 더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력사를 언급한 것이 아직은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니 적정한 수준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로만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에 협력사의 노력이 포함돼 있는데 성과를 나누는 논의에서 협력사는 빠져있는 것이다.

어떤 산업에서든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협력사는 마치 볼모로 잡혀와 그 산업을 살려야 하는 주된 이유로 급부상한다. 지금의 삼성전자 노사 갈등 속에서처럼 결실을 논의할 때는 배제되지만 위기가 찾아오면 갑자기 '원팀'이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자 업계와 반대 진영에서는 협력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실제로 원전업계가 위기에 봉착한 것도 맞지만 이 논리는 정부를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무기가 됐다.

태영건설이 2023년 말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워크아웃에 돌입했을 때도 업계 뒷편에서는 수많은 협력사와 노동자들을 정부에서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이 있으리라는 확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를 놓고 이재명 대통령이 '면허취소'라는 강수를 언급했을 때도, 그렇게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에 협력사의 안위가 존재했다.

반도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년 전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날 때,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때, 중요하게 나온 이유는 협력사를 아울러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목표를 넘어선 초과 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는', 과거의 초과이익공유제를 넘어선 반도체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의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반도체 초호황기에 논의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다. 사후적 결과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의 사전적 역량을 강화하는 상생을 도모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협력사는 다른 두 표현으로 변신하곤 한다. 필요시에는 '생태계'라는 언어로 표현돼 공급망에 포함된다. 그 산업을 부흥시켜야 할 이유로 급부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실을 나눠야 할 때는 '협력업체' '하청업체'라는 조금은 딱딱한 언어로 마치 계약서상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외부 개체로 선이 그어진다.

삼성전자가 써 내려가는 전무후무한 실적의 내면에는 수많은 협력사의 공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노사 갈등 속에서 그들은 성과급의 숫자를 키우거나 줄이는 명분으로만 호출될 뿐 실질적 결실에서는 소외돼 있다. 초호황기를 맞이해 노사 사이의 논의가 수면 위로 떠 오른 이때, 협력사를 단순한 비용이나 방패막이가 아닌 진짜 생태계 속 파트너로 대우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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