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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치맥 회동'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모양이다. 7개월 만에 또 한국을 찾아 이번엔 '삼겹살 회동'을 연다고 한다. 시간은 6월 5일, 장소는 서울 성수동이다.

성수동은 치맥 회동을 열었던 서울 삼성동과 분위기가 판이한 동네다. 삼성동에 대기업 비즈니스맨들이, 성수동엔 유행의 중심에 서고 싶은 청년과 외국 여행객이 몰린다. 엔비디아를 세계 최고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만들려는 젠슨 황 CEO에게 성수동은 안성맞춤의 장소다. 

성수동 삼겹살 회동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의 참석이 유력하게 언급된다. 미디어는 벌써부터 그의 예고된 동선을 샅샅이 훑고 있다. 기업 총수들과의 연쇄 회동과 프로야구 시구, 네이버 사옥 방문 등의 일정이 공개됐다.

요지부동이던 네이버 주가는 젠슨 황 CEO의 네이버 방문 소식이 알려지고 하루 만에 두 자릿수가 뛰었다. 젠슨 황 CEO를 향한 한국의 관심은 열광에 가깝다.

[허프 생각] 엔비디아 젠슨 황과 한국은 정말 '깐부'일까 : 성수동 '삼겹살 회동'에서 제시될 청구서 잊지 말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어깨동무하고 있다. ⓒSK하이닉스 페이스북

하지만 젠슨 황 CEO가 몰고 온 화제성은 철저히 계산된 비즈니스 전략일 뿐이다. 상용 칩 공급업체인 엔비디아가 이토록 집요하게 깐부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지금이 그들의 독점 제국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테크 생태계는 엔비디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물밑 작업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연간 수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설비투자 자금을 엔비디아의 주머니에 넣어주는 대신, 독자적 AI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구글이 자체 텐서처리장치(TPU)를 외부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며 상용 칩 시장을 교란하고, 메타가 서비스 추론 연산의 핵심을 자체 칩(MTIA)으로 대체하는 구조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과 전력을 소모하는 거대 모델 학습의 일변도의 시대가 저물고, 실제 서비스 운영 단가가 생존을 가르는 추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굳이 엔비디아의 비싼 몸값과 폐쇄적 소프트웨어 생태계 쿠다(CUDA)에 목을 맬 기술적 당위성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세계가 이처럼 플랜 B와 플랜 C를 다각도로 배치하며 생존 전략을 재편할 때, 한국의 정책과 인프라 전략은 영민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27년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을 앞둔 정부는 예산 재편을 통해 9조9천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AI 재정을 편성하고 오직 엔비디아 GPU 물량을 선점하는 플랜 A에만 사활을 걸고 있다. 

지금 한국은 젠슨 황 CEO가 글로벌 시장을 향해 '엔비디아 왕국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맞춤형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성수동 삼겹살 회동이 만들어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엔 공급망의 예속, 고밀도 데이터센터가 불러올 천문학적인 전력 비용과 액체 냉각 인프라 부담, 그리고 국내 팹리스 산업의 고사라는 냉혹한 청구서가 숨겨져 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젠슨 황 CEO가 성수동 삼겹살집 무대 뒤에 남기고 갈 계산서를 직시하고, 실익에 따라 언제든 대안을 택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플랜 B를 구축하는 일이다. 젠슨 황 CEO와 한국은 깐부가 아니다. 우리는 언제든 서로를 배신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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