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지난 3월 21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BTS 컴백 공연이 열렸다. 넷플릭스의 생중계 화면 속 광화문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팬들로 가득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광장 주변을 메운 사람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보랏빛 응원봉을 흔들며 서울에서 경험한 감동을 되새긴 사람들.

나는 그걸 보면서 직업병처럼 이런 생각을 했다.

[호텔리어 조정욱의 컨시어지 노트] 광화문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BTS 컴백 공연이 끝나고, 아미들은 어디로 향했을까
광화문을 가득 메운 전 세계에서 모여든 '방탄소년단'(BTS)의 팬들, 화려한 축제가 끝난 뒤 몸을 뉘일 호텔은 그들에게 또 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저 사람들은 오늘 어디서 묵을까?"

어디서 ‘자는가'가 아니라, 어디서 ‘묵는가'다. 이 두 단어의 차이가 꽤 크다.

긴 시간 호텔은 '잠자는 곳'으로 기능했다. 낮에는 유적지를 둘러보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저녁 어스름에 돌아와 잠을 자는 곳. 호텔은 여행에서 '수면'을 해결하는 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도 그런 식의 여행은 물론 많다.

유재석의 여행 예능 <풍향고>가 요즘 화제다. '노 어플, 노 예약'이라는 콘셉트답게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발품 팔아 호텔을 찾고, 어렵사리 방을 구하는 데 성공하면 잠을 청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여행에서 호텔은 수면을 해결하는 장소로 주로 등장한다.

내게는 호텔이 숙소 이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경험이 하나 있다. 2000년대 초반, 업무 차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행은 뉴욕에서 손꼽히는 호텔을 예약했다. 당시 1박에 600달러쯤 했으니 지금이라면 2,000달러는 내야 할 곳이었다. 내심 무척 기대했다. 그런데 오후 내내 이어진 거래선 방문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술자리를 모두 소화하고 나니 어느덧 새벽 2시가 되어서야 호텔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일정은 오전 6시 조식을 시작으로 곧바로 체크아웃을 하면 공항으로 직행해 귀국하게 되어 있었다. 정확히 단 4시간 동안만 호텔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새벽 2시에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말 그대로 '돈이 아까워서' 방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겼다. 급기야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객실 TV와 인터넷 연결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새벽 2시에 말이다. 그럼에도 직원은 즉시 객실로 달려와 아주 친절하게 모든 요청을 해결해주는 것을 보며 '역시 좋은 호텔은 다르구나.' 싶었다.

하지만 고작 4시간 뒤, 객실을 제대로 누려볼 시간도 없이 그 유명한 호텔에서 잠만 자고 빠져나왔다. 두고두고 아쉬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아쉬움 덕분에 나의 여행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느 도시를 가든 가능한 좋은 호텔을 고르되,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았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보았던 도시를 떠올려보면 거의 대부분 마을 중앙에 광장이 있었다. 그곳은 늘 사람들로 가득했고 서로 어울려 대화하고 사진도 찍으며 저마다의 경험을 만들었다. 호텔도 그렇지 않을까. 쉬면서 새로운 관계도 맺고 다음 발걸음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는 거다.

올해 초 트립닷컴이 발표한 글로벌 여행 트렌드 조사에서도 사람들은 여행지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축제를 보기 위해, 고유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그리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을 갖고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목적을 온전히 즐기기 위한 거점, 낯선 도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출발점이자 온종일 걷고 보고 먹고 난 뒤 돌아와 안도감을 느끼는 귀환점으로서 호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3월 21일, 광화문에서 BTS 공연을 직관한 후 쉽게 가라앉지 않는 흥분을 안고 늦은 시간에 호텔로 돌아간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날의 주인공은 호텔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하루를 온전한 경험으로 완성해준 건 공연의 감동을 안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의 서울을 다시 기대했을 거다. 콘서트든, 축제든, 아무 이유 없는 여행이든 마찬가지다. 여행에서 호텔은 목적지가 아니다. 당신의 모든 경험을 품어주는 베이스캠프가 된다.

글쓴이 조정욱은 앰배서더서울풀만 대표이사다. 25년차 호텔리어로, 삼성생명에서 해외 투자 기획 업무를 거쳐 신라호텔에서 서울·제주 총지배인과 호텔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22년, 한국 최초의 민영 호텔 '금수장'에 뿌리를 둔 앰배서더서울풀만의 전관 리모델링 재개관과 함께 대표이사로 취임해 중식당 '호빈'의 미쉐린 가이드 2년 연속 수록 등 주목할 성과를 이끌어냈다.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호텔에서 일해온 사람의 시선으로, 호텔을 조금 더 잘 즐기는 법을 이야기하려 한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허프 US] 2024 트럼프 피격 사건 조작됐다는 주장 퍼진다 : 트럼프 지지자 출신 마저리 그린도 진실규명 대열에 합류했다
  • 2 유명 걸그룹 멤버 친오빠라더니…BJ 추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30대 김씨 근황 : 블라인드에 떴던 그 사람이다
  • 3 ‘장충 신민아’ 안혜진, GS칼텍스 우승 다 시켜놓고… : 여자배구 사상 첫 음주운전 불명예에 결국 최악의 결말 맞았다
  • 4 4년 고민 끝에 결심했다는 이영지, “싸가지 없게 썬글라스 끼고?” 현장에 있던 선배들도 당황하게 만든 돌발 고백
  • 5 “아이유랑 사이즈 같다”던 박준금, 30년째 43kg 유지 비결은? : 한파주의보를 부르는 세상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 6 '장동혁 삭제' 개시한 국힘 지자체장 후보들 : 오세훈 독립 선대위 꾸리며 "중도 확장", 박형준도 "자율"
  • 7 주문하시겠습니까? 포기하겠습니다 : 키오스크 앞에서 멈춰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 8 청와대 AI 수석 하정우 '출마할 결심' 일주일 미뤘고 정치권 논란 증폭 : 약속대련·정무개입 이어 피로감 얘기까지
  • 9 국힘 장동혁 "미국 핫라인 구축" 자평에 여야 반응 : 정청래 "외교 참사", 배현진 "후보 발목잡기 3주차"
  • 10 레바논 남부서 이스라엘 군인이 예수상 망치로 쾅 내려치는 사진 확산 : 이스라엘 방위군 공식 입장 나왔다

허프생각

'죽음의 자기결정권' 우리도 논의할 때 된 것 아닌지, '좁은 문'이지만 꼭 열어야 할 문이기도 하다
'죽음의 자기결정권' 우리도 논의할 때 된 것 아닌지, '좁은 문'이지만 꼭 열어야 할 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존엄하다

허프 사람&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정면 도전한다 : 재사용 로켓 무사 귀환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정면 도전한다 : 재사용 로켓 무사 귀환

두 억만장자의 대결

최신기사

  • [K-밸류업 리포트] '방준혁'의 긴 직함에 담긴 글로벌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 : 넷마블 이사회 의장 겸 코웨이 이사회 의장
    씨저널&경제 [K-밸류업 리포트] '방준혁'의 긴 직함에 담긴 글로벌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 : 넷마블 이사회 의장 겸 코웨이 이사회 의장

    욕심 그리고 이사회의 퇴행

  • GS건설 오너 허윤홍의 안전경영 의지, 안전책임자 대표 김태진 현장 찾아 '중대재해 제로' 다짐
    씨저널&경제 GS건설 오너 허윤홍의 안전경영 의지, 안전책임자 대표 김태진 현장 찾아 '중대재해 제로' 다짐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 나는 나치가 아니다 신문 전면 광고 냈던 래퍼 칸예 웨스트, 유럽 공연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라이프 "나는 나치가 아니다" 신문 전면 광고 냈던 래퍼 칸예 웨스트, 유럽 공연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기피 인물이다.

  • 4년 고민 끝에 결심했다는 이영지, “싸가지 없게 썬글라스 끼고?” 현장에 있던 선배들도 당황하게 만든 돌발 고백
    엔터테인먼트 4년 고민 끝에 결심했다는 이영지, “싸가지 없게 썬글라스 끼고?” 현장에 있던 선배들도 당황하게 만든 돌발 고백

    오해를 살까 봐.

  • 쿠팡 동일인에 '총수 김범석' 지정될까, 공정위 법정 시한 앞두고 다음 주 결론 예상
    씨저널&경제 쿠팡 동일인에 '총수 김범석' 지정될까, 공정위 법정 시한 앞두고 다음 주 결론 예상

    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 : 법정 시한은 5월1일

  • 4월 하순에 한파 특보 떨어졌다 : 찬 북서풍이 전북 무주 냉각시키고 서울의 아침을 영상 6도로 끌어내려
    라이프 4월 하순에 한파 특보 떨어졌다 : 찬 북서풍이 전북 무주 냉각시키고 서울의 아침을 영상 6도로 끌어내려

    종전 기록 2021년 4월13일

  • 이재용 '직접 세일즈' 2차전지에서 결실 본다, 삼성SDI 메르세데스-벤츠에 전기차 배터리 첫 공급
    씨저널&경제 이재용 '직접 세일즈' 2차전지에서 결실 본다, 삼성SDI 메르세데스-벤츠에 전기차 배터리 첫 공급

    이재용 지원에 삼성SDI '독일 3사' 다 뚫었다

  • '신동빈 변호사비' 둘러싼 롯데 14개 계열사의 소송과 패소 : '총수 사법 리스크'에 회삿돈 쓰던 관행 변화 불가피해졌다
    씨저널&경제 '신동빈 변호사비' 둘러싼 롯데 14개 계열사의 소송과 패소 : '총수 사법 리스크'에 회삿돈 쓰던 관행 변화 불가피해졌다

    권한 만큼 무거운 책임

  • '전시작전권 회복 조속 추진' 찬성 69.3%, 대구·경북·70대 이상도 '찬성' 압도적
    뉴스&이슈 '전시작전권 회복 조속 추진' 찬성 69.3%, 대구·경북·70대 이상도 '찬성' 압도적

    이재명 대통령은 '자주 국방' 강조해 왔다

  • 류재철 LG전자 3조 규모  영업이익 되살리나, '취임 선물' 1분기 실적에 로봇·냉난방기 신사업 동력 보탠다
    씨저널&경제 류재철 LG전자 3조 규모 영업이익 되살리나, '취임 선물' 1분기 실적에 로봇·냉난방기 신사업 동력 보탠다

    LG전자 올해 실적 전망은 밝다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